2023. 서구학 에세이
서구의 동네책방 '서점안착'
(김경은, 유새눌)
인천 서구 심곡동의 양지초등학교 앞길을 가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서점이 하나 있다. 빌라촌이 이어진 골목에 웬 서점이? 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들어가 보게 된다. ‘서점안착’은 독립출판물을 주로 다루는 독립서점이면서 사진관이다. 페까지 한 공간에서 같이 운영하고 있어서 은은한 커피향도 풍겨온다.
‘안착’은 어떤 곳에 무사히 자리 잡는다는 뜻이다. ‘서점안착’도 이곳이 동네책방으로 오래 안착하고 싶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2019년 4월에 오픈한 서점안착은 현재의 자리에 오기 전 가정동 루원시티에 있다가 지난해 더 넓고 편안한 공간으로 이전해 지금까지 안착하고 있다. 전에 있던 곳은 길고 좁았지만 지금은 넓은 공간에 공간활용도 더 자유로워졌다. 게다가 커피와 디저트에도 전보다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서점 안의 모든 책장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이 직접 만든 것이다. 공간의 계획에 따라 선별된 책장용 나무를 재단하고 그 나무에 사포질을 하고 스테인을 바르고 색을 입히고 조합에서 결합까지 주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서점안착은 서구의 유일한 독립출판물 전문서점으로 시작했다. 독립출판이란 개인 창작자가 출판 기획부터, 원고 쓰기, 디자인 편집, 인쇄 제작, 유통, 홍보까지 모두 진행하는 출판을 말한다. 물론 혼자서 다 하는게 아니라 디자이너가 있기도 하고 편집자가 있기도 하지만 기존 출판형태와 가장 다른 점이라면 책의 내용뿐 아니라 책의 모양이나 재료도 워낙 다양하고 대형 책유통망이나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시내가 아닌 동네안의 서점이다 보니 주민들과도 더 가까워지기 위해 플리마켓이나 영화상영회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동네에서 문화를 사랑하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기 위해서다. 사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아오는 경우가 더 많다. 주거 지역의 한켠에 자리 잡고 있어 미리 알고 가지 않으면 쉽게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사람들이 이곳을 더 많이 알게 되면 좋겠다 싶은데 다른 특별한 홍보보다는 인스타그램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서점에서 열리는 특별한 행사나 일정도 알려주고 새로 들어온 책소식이 올라오기도 한다. 책방을 처음 시작했을 때 아무도 모를 것 같았지만 오히려 인스타그램에 올려진 공사하는 과정 사진 몇 장과 오픈 소식을 보고 손님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SNS에 자주 업로드 하면서 책방이 오늘도 문을 열었고 여전히 잘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서점안착에서는 매달 다양한 행사들이 열린다. 독립서점이다 보니 독립출판클래스 내용도 다채롭고 미술전공자인 서점주인답게 그림 관련 클래스도 많다, 독립출판을 위한 디지털드로잉, 그림에세이, 북아트, 생활만화그리기, 색연필드로잉클래스 같은 것도 있고 인테리어가구도면 스케치업 강의가 열릴 때도 있다. 그림책콘서트나 독립출판원화전, 그림책테라피, 낭독회, 북토크콘서트, 작가와의 만남 등 항상 새로운 클래스나 행사가 열려 더욱 기대와 관심이 많이 간다. 또 이곳에서는 독립영화상영이나 영화시나리오글쓰기, 그리고 공연이 열릴 때도 있다. 때로는 공간을 대여해주기도 해서 더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서점안착은 서구의 문화충전소 중 하나이다. 문화충전소란 서구주민 누구나 생활권 내에서 다양한 유형의 문화공간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공유하며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와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곳이다. 2019년부터 인천서구 문화도시 만들기 사업으로 시작된 문화충전소는 현재 100여곳에 달한다. 주민들이 집주변에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 서점의 또 하나의 특별한 점은 사진관을 같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호미사진관이라는 이름으로 서점 안에 또 다른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데 주인의 반려견인 호미의 이름을 따라 지은 것이라고 한다. 책판매만으로는 서점운영이 지속되기 어렵다보니 사진관도 같이 시작하게 된 것이다. 사진은 요즘 유행하는 셀프촬영이나 흑백사진, 프로필 사진 등 다양하게 선택해서 찍을 수 있다. 또 아이들 성장사진이나 가족사진, 반려동물 사진도 찍을 수 있다. 펫프랜들리샵(pet friendly shop, 반려동물친화상점)답다.
독립서점은 금방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지만 의외로 숨은 명소들이 곳곳에 퍼져있다. 독립서점들이 대부분 주인의 생각과 취향대로 서점을 꾸미고 큐레이션 되어 있으니 그 매력에 끌려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기 때문이다. 또 어떤 곳들은 서점의 색깔대로 직접 출판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한때 전국에 400여개가 넘던 독립서점들도 어느샌가 찾아가 보면 소리소문없이 문 닫은 곳이 자꾸만 생기고 있다.
서구에 이렇게 특별한 곳이 있다는 게 자랑스럽고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찾아가기 편치 않고 책을 사기 위해 서점을 찾는 사람도 많지 않으니 제발 잘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도 우리가 이곳을 아끼고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다면 가볍게 들러 차 한 잔이라도 하면 좋겠다.